갑상선암 (2030 발병, 착한암 오해, 조기발견)
"갑상선암, 수술이 끝이 아니었다"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맞는 말일까요? 저는 할머니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셨던 기억이 있어서 이 말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수술이 끝났는데도 왜 약을 평생 드셔야 하는지, 왜 3개월마다 병원을 가야 하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최근 2030세대 발병률이 급증했다는 통계를 보고, 제가 가졌던 그 의문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2030 발병, 왜 젊은 사람한테도 생기는 걸까요
갑상선암이 중장년층 여성에게만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최근 통계는 그 생각을 바꿔놓을 겁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30대 갑상선암 환자 수는 약 6만 1천 명으로 2020년 대비 14%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20대 남성 환자는 35%, 20대 여성은 약 22% 급증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꽤 놀랐습니다. 할머니 세대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병이, 이제는 제 또래 문제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왜 이렇게 젊은 층에서 늘고 있는 걸까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생물학적 요인입니다. 갑상선 조직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가 발현되어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세포에 결합해 작용하는 통로를 말합니다. 이 수용체가 갑상선 세포 증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어, 여성에서 남성 대비 발생률이 약 3배 이상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다만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고, 기여 요인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현재 의학계의 시각입니다.
또 하나는 검진 빈도의 차이입니다. 여성은 산전 검사나 갑상선 기능 이상 추적 관찰 등으로 경부 초음파를 받을 기회가 남성보다 많습니다. 그만큼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에 발견되는 비율도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통계상 발생률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제 할머니도 마침 다른 이유로 받은 검진에서 발견됐다고 하셨는데, 그때 그 검진을 안 받으셨다면 어땠을까 싶어 지금도 아찔합니다.
갑상선암 전체 발생 건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립암센터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갑상선암은 전체 암 발생의 12.3%를 차지하며 발생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흔하다는 말이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 아님을 이 수치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착한암 오해, 그냥 놔두면 괜찮은 병이 아닙니다
갑상선암을 '착한 암(Good Cancer)'이라고 부르는 건 주로 유두암(Papillary Carcinoma) 때문입니다. 유두암이란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의 85~90%를 차지하며,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예후가 좋은 암을 말합니다. 숫자만 보면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이 늘 불편했습니다. 할머니가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약을 드시고, 정기검진을 빠지지 않으셨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착하다'는 표현이 마치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병'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 갑상선암은 종류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유두암 외에도 여포암(Follicular Carcinoma), 수질암(Medullary Carcinoma), 미분화암(Anaplastic Carcinoma)이 있습니다.
아래에 각 유형을 정리해봤습니다.
- 유두암: 전체의 85~90% 차지. 10년 생존율 95% 이상. 수술 후에도 평생 갑상선호르몬 투여와 정기 추적이 필요합니다.
- 여포암: 전체의 약 10% 차지. 유두암보다 예후가 약간 불량하며, 림프절보다 폐나 뼈로 혈행 전이(Hematogenous Metastasis)가 일어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혈행 전이란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다른 장기로 퍼지는 것을 뜻합니다.
- 수질암: 전체의 3~5% 차지.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약 25%에서 RET 유전자 변이를 동반합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 상담이 권장됩니다.
- 미분화암: 전체의 1% 미만. 진단 후 수개월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매우 공격적인 암입니다. 최근 일부 표적치료제가 승인됐지만 전반적인 예후는 여전히 나쁩니다.
미분화암이 갑상선암 관련 사망의 상당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착한 암'이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일반화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1%라고 해서 내 일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결절이 있는 분들의 불안입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Hypothyroidism)이란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보다 적게 분비되어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것이 암의 씨앗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시는데, 현재 의학적으로 기능 이상이 암으로 직접 이행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절이 암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악성인 결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만져지는 결절의 악성률은 약 5~15% 수준이며, 세침흡인검사(FNAB)를 포함한 종합 판단이 필요합니다. 세침흡인검사란 가는 바늘로 결절 조직을 채취해 악성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조기발견이 답입니다
할머니의 갑상선암이 발견됐던 건 어쩌면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로 받은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됐고, 조기 발견 덕분에 수술도 잘 끝났습니다. 당시에는 가족 모두가 '암'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때 발견한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만약 증상이 뚜렷해질 때까지 기다렸다면 어땠을까요? 생각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갑상선암의 무서운 점 중 하나는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목에 결절이 생겨도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고, 기능 이상으로 인한 피로나 체중 변화는 다른 이유로 넘기기 쉽습니다. 제 할머니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정기적인 경부 초음파 검사가 중요합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갑상선 결절이 의심될 경우 초음파 검사와 임상 소견을 종합하여 판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수술 이후의 관리도 중요합니다. 갑상선을 전부 혹은 일부 절제하면 갑상선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줘야 합니다. 갑상선호르몬(Thyroid Hormone)이란 신진대사와 에너지 생성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으로, 이것이 부족하면 극심한 피로, 체중 증가, 무기력, 우울감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할머니가 수술 후에도 매일 약을 드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수술이 끝났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주변에서 가장 잘 모르는 부분이었습니다.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갑상선글로불린(Thyroglobulin) 수치 모니터링도 빠질 수 없습니다. 갑상선글로불린이란 갑상선 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수술 후 이 수치가 다시 올라가면 잔여 암세포나 재발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가 3개월마다 병원을 다니셨던 것도 바로 이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갑상선암은 분명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게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할머니를 통해 직접 보았듯이, 수술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관리도 계속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조기 발견이고, 그 출발점은 정기 검진입니다. 건강검진 항목에 경부 초음파가 포함되어 있다면 미루지 마시고, 없다면 한 번쯤 추가 검사를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사항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utm_source=taboola&utm_medium=personalized-push&idxno=63022 https://ncc.re.kr https://www.cancer.go.kr